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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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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Director:   Luca Guadagnino Writers:   James Ivory  (screenplay by),  André Aciman  (based on the novel by) Stars:   Armie Hammer ,  Timothée Chalamet ,  Michael Stuhlbarg   Later! People who read are hiders. They hide who they are. People who hide don't always like who they are. The Cosmic Fragments by Heraclitus: The meaning of the river flowing is not that all things are changing so that we cannot encounter them twice, but that some things stay the same only by changing. Is there anything you don't know? I know nothing, Oliver. Well, you seem to know more than anyone else around here. Well, if you only knew how little I really know about the things that matter. What "things that matter?" You know what things. Why are you telling me this? Because I thought you should know. Because you thought I should know? Because I wanted you to know. Because there's no one else I can sa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민음사 어떻게 보면 박맹호 회장이나 강태형 대표는, 목적도 관심사도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발견하고 키우고자 했던 것은 '재능'이었다. 한 명의 뛰어난 소설 천재를 발굴할 수 있다면 그 비용은 거액이 들어도 아깝지 않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진흙 속의 천재를 평론가가 더 잘 알아볼 수 잇는 시대인지, 그렇지 않은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달랐을 뿐이다. ...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림 백 점, 천 점을 모았다고 해서 그게 <모나리자>나 <게르니카>보다 귀하다고 할 화가나 미술평론가는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엘리트주의자다. p.88 과거제도는 사회의 창조적 역동성을 막았다. 이 제도는 블랙홀처럼 온 나라의 젊음과 재능을 빨아들였다.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시험만 잘 치면 순식간에 기득권 핵심부에 들어설 수 있다는 약속만큼 달콤한 것도 없다. 유능한 청년들이 자기 주변에 있는 중소 규모의 지적, 산업적 프로젝트에서 관심을 거두고 중앙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통과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p.101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NRF 출판사에 보냈다. NRF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거절했는데, 그런 판단을 내린 사람은 편집장으로 일하던 앙드레 지드였다. ... 2017년에는 프랑스 작가 두 사람이 198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클로드 시몽의 소설 일부를 발췌해 출판사 열아홉 곳에 보냈다. 그랬더니 일곱 곳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오지 않았고, 열두 곳은 출간 거절 의사를 밝혔다. p.184 공모전 심사는 공정하다고 본다. 형식적, 절차적인 면에서 공정하다. 공정함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때로는 신인 선발 제도에서도 실질적, 결과적 공정함을 논해야 할 수 있다. ... 그러나 장편소설공모전에서 우리가 따질 수 있는 것은 형식적, 절차적 공정성뿐이다. p.269 여기에서

2018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홍규

2018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홍규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구병모, 정찬, 방현희 , 조해진, 정지아 / 문학사상 누군가를 상실한 사람은 유예 기간을 겪어야만 진정한 슬픔에 이르게 되지. 상실한 사람의 부재를 거듭 느끼면서 - 먹을 사람은 없는데 자기도 모르게 밥상 위에 수저 한 벌을 올려놓았다가 혹은 방구석에서 그이의 유품임이 분명한 잡동사니를 발견했을 때처럼 최초의 상실 이후에 되풀이해서 똑같은 상실을 겪어야 한다는 걸, 한 번 상실하게 되면 영원히 상실하게 된다는 걸 깨달으면서 점점 더 깊은 슬픔에 이르게 되니 말일세. 단순하고 우둔한 사람에게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라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네. 깊은 슬픔은 단번에 그냥 주어지지 않아. 그것은 오히려 고통을 겪은 사람이 획득해야만 하는 것과 같다네. p.65 뒤돌아서는 청년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면 어떤 역할도 떠맡지 않을 사람 같았다. 만약 그런 배우가 있다면 평생 무대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하겠지만 그 배우에게는 이 세계 전체가 무대가 될 것이었다. 청년이 문을 열었다. 바깥은 어둑어둑하고 싸늘했다. 청년은 그예 스스로를 세상이라는 거대한 무덤에 매장하기 위해 발인해 가듯 바깥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p.67 그는 예쁘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은 이 여자와 더불어 평생을 해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속이 뜨뜻해졌다. 얼굴을 붉히거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괜히 울고 싶어졌고 그런 심정을 행여 들킬세라 고개를 숙인 채 아직 아내는 아니었지만 아내가 될 게 분명하며 아내일 수밖에 없고 과거에도 미래에도 어쩌면 전생에도 다음 생에도 아내일 것 같고 아내여야만 하는 아내가 차려준 최초의 밥상을 말 없이 달게 먹었다. p.110 -손흥규,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잊었던 일들, 잊어싸고 믿었던 일들, 잊을 수 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그에게 들이닥쳤다. 산 자식보다 죽은 자식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 줄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거의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번역/ 글항아리 세계행복보고서는 최신 ‘행복’ 연구, 즉 갤럽 조사, 세계가치조사, 유럽가치조사, 유럽사회조사 등을 모두 합계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 덴마크가 또다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혔고, 핀란드가 2위, 노르웨이가 3위, 스웨덴이 7위로 바싹 뒤쫓았다. p.11 북유럽의 모든 것을 향해 전 세계는 더 뜨겁게 열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현대의 바이킹 문화는 전례없이 승승장구했다. p.13 “세상 어딘가에 평범한 재능과 소득을 가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바이킹으로 태어나고 싶을 것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북유럽을 주제로 한 특별호에서 약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P.21 다음으로 실행에 옮긴 전략은 ‘긍정적 편협주의’라고 볼 수 있다. 덴마크는 잔이 반이나 찼다는 세계관을 취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잔이 ‘그때’ 반이 차 있었기 때문이며, 그런 세계관이 오늘날까지 떠들썩하게 치켜세워지는 덴마크 사회의 성공 비결로 보인다. 물론 수많은 요인이 합쳐져 국민 정서를 만든다. 내가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고립성을 향한 이 같은 편협주의적 충동과 그에 수반되는 민족낭만주의 성향은 지금도 덴마크스러움의 결정적 요소다. 이는 모든 덴마크인이 지금도 외우는 다음의 말로 요약된다. “밖에서 잃은 것은 안에서 찾을 수 있다.” p.40 덴마크인은 나이, 계층, 세계관과 상관없이 사이좋게 지내는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진 듯싶다. 평등은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 물론 덴마크가 기본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중산층이며 흔히 말하는 것처럼 사실상 계급 차별이 없는 사회인 까닭도 있다. … 그것은 홀스트의 시구 “밖에서 잃은 것은 안에서 찾을 수 있다”처럼 모든 덴마크인이 외우고 있으며 N.F.S. 그룬트비가 쓴 문장이다. “부자가 적고 가난한 사람은 더 적을 때 우리 사회는 평등을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피터 홀린스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피터 홀린스 지음/ 공민희 옮김/ 포레스트북스 외향성과 내향성의 스펙트럼 전체를 오가는 사람은 긍정과 부정의 감정을 전부 가지고 있는데, 그 전형적인 특성의 차이는 각 개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p.47 융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개인의 성향을 완전히 한 가지 특성으로 규정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하면 이상하거나 불안한 상태로 인식될 것이다. 무지개의 색상이 점차 달라지는 것처럼 성격 스펙트럼에도 단계적 변화가 있다. ... 사람은 정적이지 않고 역동적인 존재다. p.57 외향성과 내향성 사이를 영원히 왕복하면서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균형을 얻을 수 있다. 넘치는 활력과 자아 탐험 두 가지는 모두 중요하며, 반드시 행동을 보여야 할 때도, 반드시 침묵해야 할 때도 있다. p.65 외향적인 사람이 한층 더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능력을 타고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잊어버리는 능력이다. 이들은 안 좋은 기억을 오래 담아두지 않고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둔다. 항상 더 나은 상황으로 감정을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 p.132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채널을 바꾸는 능력’이다. 이 말은 유연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한 성향에서 다른 성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p.155 삶을 살피고 다른 사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보자. 다른 사람의 애정을 얻겠다는 이기적인 동기가 아니라 새롭게 바뀐 삶이 보여주는 경이로움을 그 길을 함께 걷는 모두와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자. 그러면 자신의 인생도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동기가 스스로를 강하게 해준다. p.171 = 스스로에 대해 알고싶은 욕망이 큰 편이다. 미신을 경계하면서도 혈액형, 별자리, 띠 같은 것에 지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각종 심리테스트나 성격, 성향 검사를 하고 분석 결과를 읽는 데

트루먼쇼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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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1998 코미디 ,  드라마 ,  SF   미국   103분   1998   .10.24  개봉 피터 위어 짐 캐리 (트루먼 버뱅크) We've become bored with watching actors give us phony emotions. We are tired of pyrotechnics and special effects. While the world he inhabits is, in some respects, counterfeit, there's nothing fake about Truman himself. No scripts, no cue cards. It isn't always Shakespeare, but it's genuine. It's a life. I know you better than you know yourself. You never had a camera in my head! Why do you think that Truman has never come close to discovering the true nature of his world until now? We accept the reality of the world with which we're presented. It's as simple as that. Who are you? I am the Creator-of a television show that gives hope and joy and inspiration to millions.  Then who am I? You're the star. Was nothing real? You were real. That's what mad you so good to watch.

어느 작가의 오후, 페터 한트케

어느 작가의 오후 페터 한트케 지음/홍성광 옮김/열린책들 언젠가, 거의 1년 동안 언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이래로 작가에게는 자신이 과거에 썼고, 앞으로 쓸 수 있다고 느낀 문장 모두가 하나의 사건이 되었다. 말로 표현되지 왆고 글로 쓰이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언어가 그로 하여금 깊이 숨을 쉬게 했고, 그를 세계와 새롭게 맺어 주었다. p.11 예로부터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밖에 있을 때 바로 제자리에 있다고 느꼈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p.15 펜을 눌러 쓴 것, 펜의 이중(二重)의 교미욕, 잉크가 튄 얼룩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격렬한 긴장. 종이는 늘 새롭게, 번번이, 헛되이 공격당하는 것 같았다. p.79 처음 글을 쓸 때 나는 내 안에 있는 세계를 상(像)들의 신뢰할 수 있는 연속으로 생각했다오. 나는 그 상들을 바라보고, 하나하나 묘사하기만 하면 되었지.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들의 윤곽이 흐릿해졌고, 나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 귀 기울여 듣게 됐다오. p.106 그런데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텍스트가 있는데 나만 빈손인 거야. 그런 상황에서 완전히 무감각한 문장으로 이미지도 리듬도 없이 꿈이 끝나 버렸을 때 나는 영원히 글스기를 금지당한 것으로 받아들였다오. 더 이상 자기 텍스트를 가져서는 안 된다! p.108 나는 소설의 형식으로 시작했다! 계속한다. 그대로 놓아둔다. 반대하지 않는다. 서술한다. 전해 준다. 소재들의 가장 피상적인 부분을 계속 가공하고, 그 숨결을 느끼며, 그것을 다듬는 자가 되고자 한다. p.121 = 쓴다는 행위의 고통과 번뇌에 대한 이야기. 글쓰기라는 고요하고 열정적인 행위에 몰두하는 작가의 곁에서 그저 고요하게 흘러가는 일상들을 만났다.

인도 야상곡, 안토니오 타부키

인도 야상곡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박상진 번역/문학동네 나는 축구장처럼 넓은 로비 한가운데에 놓인 소파에 몸을 묻고서 호화로운 주위를 바라보았다. 바라본다는 순수한 행위 속에는 언제나 약간의 사디즘이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생각을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에는 뭔가 진실한 것이 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 흡족한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몸은 어떤 다른 곳, 어딘지 알지 못하는 곳에 있지만, 바라보는 두 눈만큼은 완벽하게 감각을 가동시킨다는 생각이었다. p.40 "인간의 육체는 그저 외양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것은 우리의 실재를 가리고, 우리의 빛이나 우리의 그림자를 덧칠해버립니다." ... 무엇을 위한 건배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도 따라서 잔을 들며 말했다. "빛과 그림자를 위하여." p.56 "눈먼 과학은 볼모의 땅을 일구지요. 미친 믿음은 자기를 찬미하는 꿈을 먹고 삽니다. 새로운 신은 그저 하나의 말일 뿐입니다. 찾지도 말고 믿지도 마세요. 모든 건 감춰져 있습니다." p.64 산다는 건 그냥 우연이다. p.94 아마 어떤 과거, 뭔가에 대한 어떤 대답을 찾나봅니다. 옛날에 잃어버린 어떤 것을 움켜잡고 싶은 거겠지요. 어쨌든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을 찾고 있어요. 말하자면 마치 자기 자신을 찾는 것처럼 나를 찾고 있는 겁니다. 책들을 보면 그런 일은 숱하게 일어나지요. 그게 문학입니다. p.108 확대는 맥락을 변조하지요. 사물은 멀리서 봐야 해요. 선택된 부분은 신중히 보시기 바랍니다. p.115 = 어딘가 몽환적이고, 나른한 여행을 다녀온 기분. 덧없고 덧없다.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6인/문학동네 1. <고두(叩頭)>, 임현 모든 이타적인 행동에는 이기적인 의도가 숨어 있단다. p.10 *작가노트-두고두고 애매한 것들과 더불어, 선명하게 나쁜 것을 색출해내는 일만큼 복잡하게 나쁜 것을 감각해야 할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분명하게 슬픈 사람들 사이에 민감하게 아픈 사람들도 있다는 점. 모호하게 다친 사람에게는 다른 종류의 위로가 필요하다는 점. p.40 3. <문상>, 김금희 송 역시 그 일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난폭해지곤 했다. 그것은 실체가 있는 대상이 아니라 실체는 없지만 힘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향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바람, 막 출발한 동대구행 KTX가 달리면서 일으키는 이 광포한 바람, 흩날리는, 승강장 사람들의 머리카락과 현수막, 그리고 바람이 멈춘 뒤 찾아오는 정적 사이에서 느껴지는, 살아 있다는 것. 진행되지만 실감할 수 없는 그것을 모멸하고 난폭하게 굴고 싶은 마음. p.95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p.107 *작가노트-더이상 나쁘지 않은 날들 소설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나쁨'에 대한 지겨운 고백을 듣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울어야 할 일과 절대 울고 싶지 않은 일, 되돌려주고 싶은 모욕과 부끄러움, 한순간 광포한 것으로 변해버리는 환멸과 후회들이 차창 밖처럼 연속된다. 나는 누구나 아주 나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믿고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한계도 있을 것이다. p.119 4. <고요한 사건>,

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문학동네 모든 창문에는 비밀이 있었고, 기민지는 그 비밀이 늘 부러웠다. 비밀을 가질 수만 있다면 누군가 바깥에서 자신의 창문으로 돌을 던져도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벽을 쌓는 것보다 창문을 만들기가 훨씬 어려웠다. p.87 <픽포켓> 류영선의 마음은 이미 김우재에게 가있었다. 가 있는 마음을 가져오려면 많은 걸 잃을 것이다. 잃는 게 무엇일지 하나하나 따져보고서 정민철은 류영선을 포기했다.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포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정민철은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했고, 소리내어 발음해보기도 했다. '포기'라는 발음에서 쏟아져나오는 한숨은 정민철의 마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p.134 <뱀들이 있어>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설렘에는 앞날에 대한 기대가 들어있다. 설레며 고백하는 사람은 앞에 앉은 사람과 겪게 될 수많은 경험을 짐작하고 떠올리며 미리 행복해한다. 막연한 기대는 꿈꾸는 사람의 특권이다. 다가올 시간을 가늠해보는 일, 행복이라는 덩어리의 무게를 미리 재어보는 일, 그게 사랑의 시작일 것이다.  p.222 <보트가 가는 곳> 시계 조립에 익숙해지자 차선재는 마치 자신이 시간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졌다. 분침을 빨리 움직여서 시침을 움직이게 만들고 시침을 빨리 움직이게 만들어서 20년 후를 만들고 싶었다. 20년 후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때도 폐허 위에 서 있을까. 그때도 여전히 관계를 부수는 사람일까. 시계를 거꾸로 돌려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시계를 한없이 거꾸로 돌려서 모든 게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p.269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는 시간. 영원을 향해 직선으로 흐르지만 다시 돌아오는, 요요의 시간으로 하자. 그래, 나쁘지

찰리 컨트리맨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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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컨트리맨 The Necessary Death of Charlie Countryman, 2013 코미디 ,  멜로/로맨스 ,  액션 미국 ,  루마니아 103분 2014 .08.28  개봉 프레드릭 본드 샤이아  라보프 ,  에반 레이첼 우드 ,  매즈 미켈슨   Hello gorgeous. Nigel was my husband. I beg your pardon, Gabi, did you say 'was'? Honestly, fucking was?  No, Charlie, not fucking was. Fucking is.  Fucking meaning I currently fucking am 'til death do us fucking part.     He said my playing saved his life. Do you think things like this happen to people? Some people, yes. What people? Us. Us. You're like a wind of shit in my life. I wish you would blow over. No Gabi, we're the pearl! The rest is oyster.   Is it true what they say, Charlie?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and all that? Shot poor Charlie for love, did you gorgeous? = 이유 없이 좋은 영화라는 게 정말로 있다. 탄탄한 극본이 아닐 뿐더러 여기저기 빈틈이 보이는 영화인데도 괜시리 가슴이 벅차서 여운이 남았다. 감동의 7할은 적재적소에 배치된 M83, The xx와 Moby 등의 빼어난 음악에서 비롯된다. 사랑

컨택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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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 Arrival, 2016 드라마 ,  SF ,  스릴러 미국 116분 2017 .02.02  개봉 드니 빌뇌브 에이미 아담스 (루이스),  제레미 레너 (이안),  포레스트 휘태커 Memory is a strange thing. It doesn't work like I thought it did.  We are so bound by time, by its order. I remember moments in the middle and this was the end.  But now I'm not so sure I believe in beginnings and endings.  There are days that define your story beyond your life. Like the day they arrived. Language is the foundation of civilization. It is the glue that holds a people together.  It is the first weapon drawn in a conflict. There is a theory that the language you speak determines how you think, how you see everything. Nonlinear Orthography. We need to make sure that they understand the difference between a weapon and a tool. Language is messy and sometimes one can be both. There is no time. Many become one. Weapon opens time. We help humanity. In 3000 years, we

염소가 된 인간, 토머스 트웨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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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된 인간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황성원 옮김/책세상 토머스가 염소와 깊게 교감하고 있다. 세상 진지. (출처: 위에 링크한 그의 홈페이지) 알프스 넘는데 성공한 염소 토머스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출처: 마찬가지) 그것은 마치 무리의 선두 근처에 있던 내가 가속기에서 발을 떼고 갓길에 차를 세운 뒤 나무 향에 취했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갑자기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하면서 열심히 지내고 있는데, 난 까마득히 떨어져있고, 이제는 차의 시동도 걸리지 않는 상황과도 같다.  ...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한동안 저 멀리 떠나갔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뒤통수를 치는, 그런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자기만의 걱정 보따리 같은 것을 갖고 있을까? p.14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곧 걱정한다는 것이다. p.15 동물에는 의식이 없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우리 인간의 의식이 물리적인 세계와 독립적이라는 데 있다.  p.58 일단 하이데거는 사고 대상이 존재하지 않고는 사고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그러니까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사실 "나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되어야 한다.  ... 나 자신의 사고에 대한 생각이, 나의 인지된 존재 상태의 여러 측면을 구성하는 생각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p.59 악마는 게으른 손을 위해 일을 찾아낸다. 손을 쓰지 않고 이 세상에 접근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머리(그리고 입)부터 세상에 닿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염소의 방식이다. p.138 세프와 리타는 이날 벌어진 일들의 목적에 대해 당연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면서 이 일이 인간으로서의 근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이야기했다. "당신은 도시 출신이잖아요." 세프가 말했다. &

녹터널 애니멀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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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터널 애니멀스 Nocturnal Animals, 2016 드라마 ,  스릴러 미국 116분 2017 .01.11  개봉 톰 포드 에이미 아담스 (수잔),  제이크 질렌할 (에드워드) For Susan Susan, enjoy the absurdity of our world. It's a lot less painful.  Believe me, our world is a lot less painful than the real world. He's too weak for you. The things you love about him now are the things you'll hate. We all eventually turn into our mothers. REVENGE You're too weak.  Nobody can gets away what you did. Nobody, nobody, nobody.    When you love someone you have to be careful with it. You might never get it again. You can't just walk away from things all the time. I can shoot! = 예술가가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로맨틱한 복수.  재능과 꿈으로부터, 사랑으로부터 현실을 좇아 달아났던 그녀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더이상 예술을 사랑하지조차 않다는 고백은 처절하다. 빛나는 것들을 버리고 달아난 현실이라는 곳은 더없이 삭막하고 수잔은 거기서 예술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다. 남편은 불륜에 빠져 있고.  그런 수잔 이름앞으로 그녀의 별명을 제목으로 내세운 초고가 도착했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