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세상 끝 등대 1

세상 끝 등대 1


박준


내가 연안을 좋아하는 것은 오래 품고 있는 속마음을 나에게조차 내어주지 않는 일과 비슷하다 비켜가면서 흘러들어오고 숨으면서 뜨여오던 그날 아침 손끝으로 먼 바다를 짚어가며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섬들의 이름을 말해주던 당신이 결국 너머를 너머로 만들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시인선 032


=

오래 품고 있는 속마음
비켜가면서 흘러들어오고
숨으면서 뜨여오더니
너머가 되어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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