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

배고픔, 나는 이것을 존재 전체의 끔찍한 결핍, 옥죄는 공허함이라 생각한다. 유토피아적 충만함에 대한 갈망이라기보다는 그저 단순한 현실, 아무 것도 없는데 뭔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소망하는, 그런 현실에 대한 갈망이라고 말이다
...
배고픔, 이건 욕망이다. 이것은 열망보다 더 광범위한 열망이다. 이것은 힘으로 펴한되는 의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유약함도 아니다. 배고픔은 수동적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굶주린 사람, 그는 무언가를 찾는 사람이다.

p.20 
유년기가 그 천부적 재능의 원천이었던, 시인 랭보가 <끔찍하게 밍밍한> 동시대인들의 시를 혐오스럽게 떠올리며 요구하는 것은 어린 아이가 요구하는 것과 똑같다. 강렬한 것, 아찔한 것, 끔찍한 것, 역겨운 것, 이상야릇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열망에는 절묘한 음악이 부족하다.>

p.28 
갑자기, 삶이 난항을 예고했다.
...
네 살이니, 나는 이미 신성한 나이를 지났고, 따라서 더이상 신성한 존재가 아니었다. 여전히 그렇다고, 니쇼상은 나를 설득하려 들었지만 말이다. 내 깊숙한 내면에서야 내가 신과 같은 부류라는 느낌을 여전히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었지만, 유치원이든 다른 곳에서든,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평범한 부류에 합류한 것으로 비친다는 증거가 매일 같이 확보되었다. 시간의 흐름이 애당초부터 난파의 색을 띠고 있었다.

p.59 

 문학적 아름다움을 경험한 일을 남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마치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자기 애인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혼자 저절로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지 않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경험이다.
...
이제 나의 독서는 이 수수께기 같은 아름다움을 찾는 행위였다.

p.169 
 나는 이상하게 어린 시절부터 의식 속에서 성장은 곧 쇠락이요, 이 영속적인 상실의 과정은 여러 개의 잔혹한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p.178 
이때부터 글쓰기는 처음 글을 쓰던 때의, 우연적인 추출 행위와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 버렸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글쓰기는 내게 역동적인 밀어내기, 짜릿짜릿 쾌감이 느껴지는 두려움, 끊임없이 거듭나는 욕망, 관능적인 필요에 다름아니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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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영혼과 끝을 모르는 호기심, 통통 튀는 문장들.



늘 안팎으로 허기진 글쟁이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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