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0일 오후 7시 35분에 저장한 글입니다.

하리꼬미 한 달이 지났다. 엊그제 나는 정든 영등포를 떠났다. 하필 휴일이라 근무하는 형사들이 많지 않았다. 하루는 짧았다. 엊그제까지도 아니, 떠나는 당일 구로서 형사과장, 형사 3팀장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차마 얘길 못했다.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낯설고 힘겹기만 했던 곳곳마다 어느새 나와 그들 사이의 잔정이 스며든 모양이었다.

결국 뒤숭숭한 마음으로 이 경찰서 저 경찰서를 떠돌다 선배의 호출을 받았다. 라즈베리 무스 케익을 먹으며 선배는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얘길 들려줬다.
립밤 여덟 개, 차 여덟 상자에 일일이 쪽지를 적었다. 이 사람들 중 그 누구라도 나를 특별하게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사람대 사람으로.
지나가다 인사하러 경찰서엘 들르는 그런 날을 꿈꾼다.
그때까지 그들도 나도 치열하게, 건강하게, 기쁘게 각자 위치에서 일할 수 있기를.

매정해도 될 사람들이 다정한 가운데, 다정해야 할 사람들은 무정하기까지 한 요즘이다.
헤어짐과 오해가 뒤엉켜 힘들었던 한주는 끝내 이 문장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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