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휘파람새 둥지를 바라보며

대나무숲, 휘파람새 둥지를 바라본다
저 바람 속 모든 새집은
새라는 육체의, 타고난 휘발성을 닮아 있다
머무름과 떠남의 욕망이, 한 순간
망설임의 몸짓으로 겹쳐지는 곳에서
휘파람 소리처럼 둥지는 태어난다
새는 날아가고
집착은 휘파람의 여운처럼
둥지를 지그시 누른다

매혹의 고통은 종종
새의 가벼운 육체를 꿈꾸게 한다
하여 나의 질투는 공기보다 가볍다
난 사랑하고 있으므로, 사라지고 싶은 것이다

휘파람새가 비상하기 직전의 날개,
그 소리없는 찰나의 전율을 빌려



난 너의 내부에 둥지를 튼다

-

사라지고 싶은 것일까.

(20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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