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무가치하다.
그러나 이해하는 자는 또한 사랑하고 주목하고 파악한다.
한 사물에 대한 고유한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랑은 더욱더 위대하다.
모든 열매가 딸기와 동시에 익는다고 상상하는 자는 포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파라켈수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p.40

사랑은 한 사람과, 사랑의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
사랑은 활동이며 영혼의 힘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지 올바른 대상을 찾아내는 것만이 필요하며, 그렇게 되면 그밖의 일은 모두 저절로 될 것이라고 믿는다.
p.69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강렬한 감정만은 아니다. 이것은 결단이고 판단이고 약속이다.
p.81

순수한 사랑은 생산성의 표현이고 보호, 존경, 책임, 지식을 의미한다. 순수한 사랑은 누군가에 의해 야기된다는 의미에서의 '감정'이 아니라 사랑받는 자의 성장과 행복에 대한 능동적 갈망이며, 이 갈망은 자신의 사랑의 능력에 근원이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할 줄 아는 힘의 실현이고 집중화이다. 사랑에 내포되어 있는 기본적 긍정은 본질적으로 인간 성질의 구현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향하고 있따. 한 사람에 대한 사랑에는 인간 자체에 대한 사랑이 내포되어 있다.
p.84

우주에서도 인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궁극적인 힘은 개념적 영역과 감각적 영역을 초월한다. 그러므로 궁극적 힘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p.103

사랑은 휴식처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고 성장하고 일하는 것이다.
조화가 있든, 갈등이 있든, 기쁨이 있든, 슬픔이 있든 이것은 두 사람이 그들의 실존의 본질로부터 그들 자신을 경험하고 그들 자신으로부터 도피하기보다는 그들 자신과 하나가 됨으로써 서로 일체가 된다는 기본적 사실에 대해서는 이차적인 것이다. 사랑의 현존에 대해서는 오직 하나의 증거가 있을 뿐이다. 곧 관계의 깊이, 관련된 각자의 생기와 힘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랑을 인식하게 하는 열매이다.
p.139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증 없이 자기 자신을 맡기고 우리의 사랑이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불러일으키리라는 희망에 완전히 몸을 맡기는 것을 뜻한다. 사랑은 신앙의 작용이며 따라서 신앙을 거의 갖지 못한 자는 거의 사랑하지 못한다.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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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신림 영풍문고에서 산 책이다.
고등학교 때, '사랑이구나' 하는 사람을 앓게 됐을 때. 읽기 시작했다가 그만뒀었다. 이제 조금은 더 성숙해진 내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 궁금했다.
단숨에 읽지 않았다. 침대 옆 협탁에 두고 기다려질 때마다, 속상할 때마다, 두근거릴 때마다, 조금씩. 그렇게 아껴 읽었다.




청춘의 합리적 신앙이, 봄날의 감정과, 결단과, 판단과, 약속이 오래도록 반짝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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