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대학시절

내 가슴엔
멜랑멜랑한 꼬리를 가진 우울한 염소가 한 마리
살고 있어
종일토록 종이들만 먹어치우곤
시시한 시들만 토해냈네
켜켜이 쏟아지는 햇빛 속을 단정한 몸으로 지나쳐
가는 아이들의 속도에 가끔 겁나기도 했지만
빈둥빈둥 노는 듯 하던 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며
담담하게 담배만 피우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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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관의 이미지가 눈에 선명한 시
다른 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같고도 다른 시기를 겪은 사람의 시선이다.
학관 담배나무 앞을 단정한 몸으로 지나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과 때묻은 생각들 모두 내려놓고, 비우고 싶다. 낡은 교실에서 읽던 16세기의 시들을 곱씹으며 교정의 고요에 귀기울이면서 그렇게 거닐고 싶다. 오늘 점심엔 무얼 먹을까, 김밥 줄이 길지나 않을까 하는 소소한 고민에 들썩이면서.

여유는 언제쯤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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