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 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p.56

"그렇지만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무츠키 씨를 좋아하지."
곤은 태연한 얼굴로 주저없이 말한다.
p.140

"왜 그래?"
간신히 소리내어 내가 물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수는 없는거야."
무츠키도 간신히 소리내어 말하는 것 같았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도 흘러가. 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나는 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갑자기 그런 쇨를 하는 거야. 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랬잖아. 우리 둘 다 그러고 싶어하는데, 왜 그럴 수 없다는 거지?"
....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도 흘러간다.
p.152-153

"이제야 간신히 독립한 부부 두 사람을 위하여."
...
나는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불안정하고, 좌충우돌이고, 언제 다시 와장창 무너질지 모르는 생활, 서로의 애정만으로 성립되어 있는 생활.
그건 그렇고, 이게 무슨 곡이었더라. 아주 초기 앨범의 첫 곡, 멜로디만 들어도 눈물이 주르륵 흐를 듯한 곡.
"지? 이곡."
나의 기분을 꿰뚫어보듯 곤이 말했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샴페인을 한 잔 더 따라 마신다.
"오늘 선물은, 내년에 한꺼번에 줘도 좋아."
쇼코가 말하고, 눈 앞에서 세잔느가 재미있다는 듯 미소지었다.
p. 203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감정의 형태를 우리가 감히 규정지을 수 있을까.
이렇게 사는 사람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 또 저렇게 사랑하는 사람들. 저마다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고, 다른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랑들. '정상'이랄 건 있을 수 없지만, 주기만 하는 사랑이 끝내 한 사람을 소진시키지는 않을지.

그렇게 흘러간다.
잔인한 달도 그렇게 덧없이 흘러가는 중이다.


(20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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