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5일 오전 4시 32분에 저장한 글입니다.

너무 오래, 제대로 된 글 한편을 완성하지 않았던 탓일까.

별 것 아닌 글인데도 한문장 한문장이 더딘 속도로 채워졌다. 왜 교육이란 걸 받으면서 점점 더 멍청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 건진 모르겠지만. 여튼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오히려 합격 이후에, 지나치게 조금 읽고, 조금 생각하고, 거의 쓰지 않았다. 교육을 받으며 늘 듣는 건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고하고, 쓰고 또 쓰란 조언들이었는데. '적응'이란 걸 할 동안 다른 걸 병행 할 수 없었던 건 나만의 문제인지. 모두가 겪는 현상인지. 모르겠다.

이제 아홉 시간 후면, 나는 '학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리게 된다. 아니다. '학생'이라는 인생 최고의 호사, 미완성의 면죄부와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 수 년간 이 순간을 상상해 왔건만, 막상 나는 지금의 기분을 형용하기 힘들다. 스물 다섯의 나, 그토록 내가 원하던 그 자리에 서 있는데도 말이다. 아니, 그 자리에 있어서 더 그런 걸까.

두근거린다.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두근거린다.




두어 장 남짓한 보고서를 여태 다 채우지 못하고도, 엄마의 알람이 울리는 이 시간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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